<막대한 혈세투입된 F-15K 문제점 드러나>

정밀폭격 소프트웨어 미설치ㆍ미사일주파수 논란 = 총사업비 5조4천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들여 미국에서 구매한 공군의 최신 전투기 F-15K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총 40대 가운데 지난달 3, 4호기가 1차로 도입됐으나 현대전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장비가 장착되지 않았거나 시험비행 도중 일부 계기의 문제점이 드러나 군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F-15K 도입 과정에서 미국측과 구매협상을 제대로 했는 지, 그리고 장비성능은 꼼꼼히 점검했는지 등 원초적인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18일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F-15K에 지하요새 등을 정밀폭격하는데 필요한 ‘정밀영상위치제공 지형정보'(DPPDB)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았다.

이 소프트웨어는 조종사가 폭격 대상물체를 보는 화면에 자동으로 구획을 나눠주는 것으로, 원하는 지점을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오차 범위가 평균 10m에서 1m로 줄어들 수 있다.

군은 지난해 11월 F-15K에 DPPDB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미측은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른 수출제한 품목이라며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우리 군의 요청을 받고 다른 무기 구매국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일단 비공개로 협상을 해보자는 뜻을 전달했지만 결국 한국측이 이를 공개함으로써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F-15K에 장착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통제하는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공군은 지난 2월초 정보통신부에 F-15K와 이 기종에 장착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SLAM-ER’을 연결하기 위한 데이터 링크용 주파수 허용을 요청했지만 정통부는 공군이 요청한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 PCS와 IMT2000이 이미 점유하고 있어 혼선 가능성이 있다며 두 차례 ‘사용 불가’를 통보했다.

공군은 SLAM-ER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표적에 관한 정보 파악도 어렵게 된다는 점을 의식해 보잉측과 주파수 대역 변경 가능성과 소요 비용 등을 협의했다.

그러나 F-15K 제작사인 미 보잉사는 주파수를 변경하려면 일부 소프트웨어 개조, 추가의 비행시험 등이 필요하며 소요기간은 1년, 비용은 약 100만달러가 소요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군은 평시 공대지 유도탄 훈련에는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공기에 데이터링크 송수신기와 모의 훈련탄을 장착하는 방안을 보잉측과 협의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현재 한국에 인도된 3,4호기가 미국에서 시험비행 도중 미끄럼방지 브레이크 지시등(燈)의 스위치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비상착륙하는 소동도 있었다.

F-15K를 제작한 보잉사가 있는 세인트 루이스의 ‘포스트 디스패치’지는 지난 3월 F-15K 전투기가 한국 주문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거래기회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F-15 전투기 시대가 마감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