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곧 열리게 된다.

‘아세안+3(한·중·일)’의 확대판인 EAS(아세안+6)는 어떤 합의가 도출되든 부유한 국가와 개도국이 뒤섞여 있는 아시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전망인데 아세안(ASEAN)의 10개 회원국과 한국·일본·중국·인도·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하는 16개국의 모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97년 동아시아를 휩쓴 IMF 외환위기때 유독 큰 목소리를 낸 당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주장한 국제 투기자본의 개입설 그리고 미국에 대한 비난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유대인 음모설 주장한 마하티르

실제 이런 동아시아 금융외환위기의 외부 개입설이나 음모설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었다. 동남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한꺼번에 급락하자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72)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제 투기꾼인 소로스의 음모설과 함께 미국의 배후설, 유대자본의 농간설을 강하게 주장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은 현재와 같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20~40년간 일해왔으나 외국 투기자본의 음모로 2천여억달러의 부(富)가 동남아에서 사라졌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수십억달러를 갖고 와서는 우리가 한 일의 대부분을 불과 2주일만에 되돌려 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외부세력이 자유무역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의 경제를 침범하도록 주권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가만히 앉아서 손해보지 말고 불평을 해서라도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태국의 바트화를 시작으로 동남아 통화가치가 폭락하자 소로스를 동남아 통화위기의 주범이라고 비난했다. 소로스가 국제 핫머니를 동원해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말레이시아의 금융위기를 회교국가인 말레이시아의 발전을 막으려는 유대인들의 음모라고 주장, 미 국무부를 비롯해 국제적인 항의를 받았다. 마하티르 총리는 자신이 금융외환위기 배후설을 거론할 때마다 동남아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고 다른 국가들의 원망을 사자 요즘은 강성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서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의 견홰와 관련된 국내 연구소 학계의 의견은 어떠 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IMF사태와 미국의 금융 메이저 플레이어(Major Player)들’이란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세계금융산업은 월가에 기반을 둔 미국의 막강한 금융기관과 펀드 등 메이저 플레이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들은 IMF쇼크의 원인제공자 중 하나인 동시에 사태 수습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의 상위 6대 은행 중 유대자본이 장악한 은행이 3개에 달하며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인 헤지펀드의 경우에도 국제 투기꾼인 조지 소로스 등 유대자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익을 철저히 추구하는 미국자본과 유대자본의 성격이 한국의 외환위기를 악화시킨 것과 함께 IMF를 통해 고금리 등 가혹한 조건의 구조조정안을 강요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립인천대 이찬근 교수는 “투기자본과 미국의 패권”이란 저서(98년 3월5일 초판 발행)에서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펴고 있다.

‘(동아시아 금융외환위기의 경우) 미국은 불확실한 루머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투자자의 심리를 그대로 방임했거나 혹은 이를 이용했다. …미국정부는 결코 앞에 나서지 않았다.

조지 소로스와 같은 ‘민간투기자금의 황제’를 전면에 내세워 인도네시아 정부의 무능과 무모한 시장 개입을 성토했다. 그리고 (미국은) 자신이 최대의 지분을 갖고 뒤에서 조정할 수 있는 명분상의 국제 기구인 IMF를 전면에 내세워 대출을 제공하면서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미국과 똑같은 정치·경제·사회시스템을 만들라는 주문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태국도 흔들렸고 말레이시아와 필리핀도 흔들렸다.’

마하티르 총리는 들리는 말로는 국민들의 연임을 원하는 염원을 뒤로 하고 총리 자리를 스스로 물러 났다는 인물이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대로, 영혼을 판 댓가로, 떡 몇조각 얻어먹은 꼴이 되었다는 IMF 위기에, IMF 독약 처방과는 정 반대방향으로 갔던 말레이시아는덕분에 아무것도 손해보지 않고, 서방에 멀쩡한 기업 헐값에 매각하는 일도 없이 오늘날까지 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주창하는 동아시아 협력체제 구상의 의의가 남다른게 아닐는지…

EU의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 대표가 EU가 EAS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기 바란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명했다고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