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나?>

1981년 어느 학자가 ‘전쟁비용증가의 법칙’이라는 것을 내놨습니다. 전략폭격기 B1의 대당 가격이 20억 달러, 토마호크 1발이 5백만 달러, 94년 패리 전 미 국방장관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나면 당시 일본 GNP에 육박하는 4조 달러가 들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전쟁은 이제 비싸져서, 더 이상 클라우제비츠가 말하는 ‘정치의 연장’도 될 수 없으며, 경제의 확대균형을 보장해주는 수단도 아닙니다. 체니나 럼스펠드가 아무리 중국을 적으로 만들려고 애써도 소용없습니다.

요즈음 이라크 전후문제의 전개 모두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전쟁이 불가능해지고 있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흐름에 부시가 밀리면서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하나도 빗나가지 않습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우리 위정자들이나 언론, 전문가들의 대응이나 생각도 모두 잘못되어 있습니다. 적의 부재라는 대변화의 자기전개가 북한 핵 문제의 본질입니다.

무슨 핵확산 방지나 대량 파괴 무기의 수출 문제, 또는 동북아 비핵화문제거나 한반도의 전쟁위기 같은 것이 전혀 아닙니다. 부시의 의도를 분명히 알고,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도가 왜 시대착오에 불과한가를 알아야 이 대혼돈의 시대에 나라를 경영할 자격이 있습니다.

세계화가 바로 근대국가의 와해

국제 환투기 문제는 과잉의 자기 전개이며 북한 핵은 미국의 ‘적 만들기’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다시 모두 대변화가 ‘국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는 이 간단한, 무슨 다른 이론이 필요 없는, ‘새로운 국제정치 기본 틀’에 익숙해지면 ‘세상이 보입니다’.

근대국가의 특징은 영토국가, 경제국가, 군사국가입니다. 그러나 동구권의 대분열이나 서구의 대통합(EC)에서뿐만 아니라 소위 ‘세계화’에서 분명하듯 한 나라의 경제권이나 영토들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여기 다시 적이 없어지고 있어서 근대국가의 존립근거는 모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이 요즘 누구나 말하는 이른바 세계화가 바로 보면 이 근대국가의 와해입니다. 세계화라는 현상, 세계화와 지역화는, 바로 국가가 안팎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뜻인데, 국가가 와해된다는 것이, 국가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 감정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컨대 유럽은 이제 국민국가가 아니고 “네트워크 국가다”라고 하면 그것이 바로 근대국가의 와해입니다. 고대 왕국, 봉건국가, 근세 절대군주시대를 지나온 것처럼 근대국가도 지금 “지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자명한데도 불구하고 ‘세계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국가의 와해는 납득하지 못합니다. 국가의 와해나 그것이 불러오고 있는 대혼돈은 낡은 패러다임의 논리나 가치관으로는 의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구의 대통합은 벌써 50년대 유럽철강동맹에서부터 시작되어, 비유컨대 익은 감이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이뤄져서 그것이 근대국가의 와해인 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동구의 대분열은 공산주의의 붕괴로만 비쳐지고 있는 것이고, 국가의 와해와 악전고투하는 부시를 사람들은 미국 헤게모니로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대국가의 와해는, 근대국가라는 제도가 근대 합리주의가 구축한 최고의 형태라는 점에서 보면, 근대합리주의의 파탄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의 역사에서 분수령입니다.

자연과학에서 뉴턴의 물리학이 수정되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인간 사회에서의 근대국가 와해는 실제로 하나의 패러다임 시프트인 것 같습니다.

‘세계화’를 맨 처음 말한 사람은 50여년 전의 떼야르 샤르댕 신부였습니다. 후술하지만 그의 세계화, ‘인간의 세계화’를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유기적인 하나가 되어가고 있으며 왜 동양철학과 현대물리학이 주장하는 세계관이 분수령 너머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자리 잡게 될 수밖에 없는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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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부시는 지금 북한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근대국가의 와해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변화에 저항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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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국가와 그 세계체제의 와해가 갖는 의미, 나아가 언제, 어떻게 라는 그 전개를 나라 안팎에서 치열하게 파헤쳐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 대신하는 새로운 질서의 모습을 먼저 봐야 우리의 살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변화에 순응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크건 작건 환경에 적응할 수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는 근대국가 세계체제가 대변화와 마지막 대회전을 벌이는 곳이라고 했지만, 대변화, 과잉과 적의 부재는 이미 우리 현실에서 국면을 일차적으로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이 점이 아주 중요합니다.백기범(esoon) 기자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