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붙어야지 살지…

북한은 언제든 필요에 따라 대화와 협박을 번갈아 쓸 수 있는 체제라는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24시간 사이에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듯한 대남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지난 3개월 가까이 우리 정부의 옥수수 1만t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북한은 과거 남한으로부터 최소 10만t 이상의 대규모 식량 지원을 받는 데 익숙해진 탓에 이번 옥수수 1만t 지원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런 북한이 뒤늦게 옥수수 1만t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북한 경제와 식량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북한이 남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면서 테러리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거족적 보복 성전(聖戰)’이란 협박을 늘어놓았다.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오른손은 따로 내밀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듣기 싫어하고 발끈하는 것이 ‘체제 급변 사태’다. 어떤 권력도 누군가가 자신들이 망하는 것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심기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협박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게다가 이 성명을 발표한 기관이 국방위원회인 만큼 북한 동태 파악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북한이 먼저 제의한 금강산관광 관련 남북 접촉과 옥수수 지원 실무 접촉은 예정대로 진행해 나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