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 인사청문회가 맞지 않을까?

한국은행은 정부와 독립적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집행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고, 그에 합당한 권한도 갖고 있다. 위기 때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는 마지막 안전판 역할도 한은에 맡겨져 있다. 한은 총재에게 독립적 지위를 부여한 것은 정부와 긴밀하게 정책을 협의하되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말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안목과 전문성은 한은 총재의 필수요건이다. 누가 한은 총재가 되느냐가 때로는 경제운용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현행 제도는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한은 총재를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국무위원·방송통신위원장·국정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합참의장·헌법재판관·중앙선거관리위원 등 주요 공직후보자들은 모두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도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갖춰야 할 한은 총재를 대통령이 아무 검증 절차 없이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게 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사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의회 인사청문회와 상원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한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버냉키 의장도 작년 8월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뒤 5개월 만에 이 절차를 모두 밟았다. 일본에선 2008년 정부가 재무성 관료 출신 2명을 잇달아 일본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가 국회에서 부결되자 세 번째 후보로 일본은행 출신을 내세워 인준을 받은 일이 있다.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한은 총재 후임으로 여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도록 돼 있어 자천타천(自薦他薦) 후보가 더 몰리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G20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금융질서 재편을 논의해야 할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를 이렇게 주먹구구 식으로 선임하는 것은 잘못이다. 마침 야당도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여기 호응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 한은 총재에 뽑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