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서로 다른 근대화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바로 그런 근대화의 전형이었다.  서양 나라들보다 훨씬 늦게 근대국가 건설에 착수한 일본의 지배층은 한편에서는 분열되어 있었던 일본을 천황을 중심으로 통일하여 근대적 국민국가를 건설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봉건적 질서 속에서 예속된 개인을 해방시켜 근대국가 건설의 주체로서 정립하려 했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꿈꾸었듯이 일본 국민을 정신적 노예에서 주체적 국민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나라의 힘을 기르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천황제와 근대적 개인주의 사이에 얽힌 일본 현대사의 명암을 논하자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그 이후 일본은 소망대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여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아시아의 맹주로 등장하여, 조선을 가볍게 식민지로 삼게 된다.  하지만 구한말에서 지금까지 한국의 지배세력에게는 부국강병이라는 의미에서 근대화에 대한 열정은 있었으나 개인의 해방과 주체성 확립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은 전혀 없었으니, 그것이 우리의 불행이다.  이를테면 박정희는 조국근대화를 주문처럼 입에 달고 산 위인이었으나, 메이지유신을 모방한 박정희의 10월유신은 모든 국민을 주체적 시민이 아니라 독재자의 노예로 만들었을 뿐이다. 박정희가 독재 권력으로 국민을 노예화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자본이 노동을 철저히 노예로 부려먹으려 광분하는 것을 본다.  얼마 전 기형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노조법은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자본의 독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가능하면 모든 기업에서 삼성처럼 노동조합이 없도록 만들거나, 만약 있더라도 모든 방해수단을 동원해 그것을 무력화시키려는 자본의 의도가 이명박 정부 들어 실현 가능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