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소요사태 해석, 오버하지 마라

밑에보니 광해군인지 뭔지가 프랑스 소요사태가 사회주의의 실패네 뭐네 떠듭니다. 현재 프랑스는 대통령(자크 시라크)과 총리(도미니크 드 빌팽) 모두가 우파입니다. 좀 알고나 떠듭시다.

이번 프랑스 소요사태의 핵심은 언론의 오버입니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핵심이 없습니다. 이민자들의 좌절감이나 과격성, 인종차별만으로는 소요사태의 설명이 어렵습니다.

소요사태가 발생한지 2주일이 지났고 지금은 진정 국면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전국에서 수천 내지 1만대 이상의 차량이 방화되었다고 합니다. 시라크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까지 검토했다더군요.

그런데 난 이 사실을 알고 참 놀랬습니다. 이번 소요사태의 사망자는 단 한 명 뿐입니다! 부상자도 극소수입니다. 2주일 동안의 ‘격렬하고 심각하며 프랑스의 온갖 치부를 드러냈다는’ 그 소요사태의 인명피해는 제로에 가깝습니다. 폭동 소요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척도는 재산피해가 아니라 인명피해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도대체 이게 뭐가 그렇게 심각하게 떠들며 프랑스가 쇠퇴해가네 어쩌네 하며 욕할 일입니까? 물론 한 명의 사람이라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지극히 유감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폭동에서 상당한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큰 다행입니다.

부시를 지지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紙가 프랑스 소요사태의 원인은 평등, 복지 중심의 근로모델에 있다고 하더군요. 분배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꺼려하고 그때문에 이민자들이 실업으로 내몰린다는 해석입니다. 그 기사 읽고 나는 WSJ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프랑스는 그래도 잘하고 있답니다. 너나 잘하세요”

1992년 LA폭동 기억하십니까? 그때 사망자는 58명입니다(한국계 1명 포함). 이번 카트리나 때 일어난 뉴올리언스 소요사태는 어떻습니까? 홍수와 관련없이 미군 전투병 vs 소요사태참가자들 간의 인명피해는 더 큽니다.

이게 복지 분배 정책을 쓰다 벌어진 일입니까? 오히려 철저한 우파정부 하에서 벌어진 일 아닙니까? 그나마 92년의 아빠부시 행정부엔 온건성향의 인사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지금 부시네 봅시다. 죄다 감세 감세정책 밖엔 모르는 사람들 뿐입니다.

프랑스는 우파가 집권하든 좌파가 집권하든 어느 정도의 스탠스는 유지합니다. 지금 소요사태의 원인제공자로 지탄받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 물론 잘못이 크고 프랑스에선 강성 우파로 분류되지만 외국에서 보기엔 결국 시라크-드빌팽 라인과 다르지 않은 성향입니다.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도 사회보장과 복지 분야에 정부예산의 25%는 투입되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한국의 민노당이 주장하는 수준과 같습니다.

한국언론들이 인명피해 극소수로 끝난 이번 소요사태를 두고 왜 그렇게 방정을 하는지 참 모르겠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이 정도의 일 갖고도 엄청난 충격을 받은걸까요? 프랑스인들에게는 분명 이 사태가 큰 충격일 것입니다. 프랑스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쟁으로 시끄럽겠죠. 그러나 외국이 그렇게 오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이번 사태는 복지/분배 중심의 근로모델에 원인이 있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문에 아주 적은 수준의 피해만을 내고 끝낸 것입니다. 저는 프랑스의 복지/분배정책을 그대로 따르자고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괜히 앞장서서 오버하지 말자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는 이번 소요사태 보면서 ‘과연 프랑스는 홍세화의 예찬을 받을만하구나’하는 생각이 듭디다. 얘네는 폭동이 나도 이 정도에서 그칩니다. 미국하곤 비교가 안됩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상상하기 싫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