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그다지 믿을 수 없는 시험.

10년 전이다. 토익이 기업입사에 도입되면서 크게 확산되고 있을 때.
그 바로 직전 입사에 토익반영하기 직전 대기업 들어간 대학 선배가
있었다. 토익열풍이 불어닥치기 초창기쯤 되나. 그 때 회사 내에서도
직원들 상대로 토익시험보라고 권고해서 시험 봤단다.
결과는 470점. 회사 내 다른 사람들 700, 800넘는 사람이 많았는데
글쎄, 그 형은 별로 신경 안 쓰는 거였다. 왜냐하면, 해외 바이어오면
그 형이 다 얘기하니까. 그러더라. 토익점수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이
막상 바이어 오면 입 한 번 뻥긋 못 한다고.

나도 외국인들과 얘기해보았지만 토익 고득점과 영어회화는 별로 상관없다.
오히려 용감하게 틀려도 상관없어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영어회화를 더 잘 할 수 있다.그 때 그 선배가 토익이란 걸 처음 접하고 공부도 별로 안해서 그 점수 받고 그 이후로는 쑥쑥 올라가는 점수 얻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토익이란 게 영어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토익시험을 본 적이 있다. 나름대로 원서도 많이 읽고 반년 넘게 해서 책
한권 번역한 적도 있어서 성적 잘 나오겠지 했는데 토익이 700이안 나왔다. 그 다음에 시험 일주일 전부터 토익공부했다. 일주일 토익에만 투자해서 시중에
나온 토익책 하나 사서 한 번 쑥 & #55005;어보았다. 10개짜리 테잎 개당 5번정도 들었나. 일주일 했는데 토익 점수 190점 올랐다. 솔직히 조금만 더하면 도로공사 낼 성적은 나올 거 같다.
유형 바뀌어도 별로 문제 안 된다. 리딩 파트는 바뀌는 게 내겐 더 좋다. 독해는 강하니까. 리스닝 어차피 테잎 몇 번 들으면 끝나는 거.

내가 일주일 공부해서 190점 올랐는데 내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낮은 점수 나왔을 때 내 영어실력이 형편없다 생각한 적 없고 오른 점수 나왔다고 영어실력 좋아졌다 생각한 적 없다. 그 이전이나 후나 영어실력은 같다.

달라진 건 토익 유형은 확실하게 안다는 것이다. 문제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답은 어떤 종류가 나올지 알게 된 거다. 그런 점에서 토익이 진짜 영어실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오히려 토익유형에 맞는 답을 골라내는 스킬을 평가하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토익시험 별로 높은 평가 안 한다. 내가 일주일만에 점수 저래 오른 것 보니 아무래도 시험이 사기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 점수 저래 나오니 난 토익시험 못 믿는다.

그런데 아직도 토익시험을 회사에서 요구하고 950이니 어디는 커트라인 960이니 하는 것 참 웃긴다. 진짜 영어실력 평가하지도 못하는 시험을 잣대로 들이대니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시간 투자하며 토익공부하고 남좋은 일 시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