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美) 국무 “북(北) 도발은 함께 가는 길 어렵게 만든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주말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미·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휴전체제를 평화조약으로 대체하며 북한 주민들에 경제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부시 행정부가 (핵무기 원료인)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의혹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도 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19일 방한을 앞두고 오바마 정부의 북한 핵문제와 대북정책 근본 방향을 처음 종합적으로 밝힌 것이다.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간의 북한 행태와 주장에 대한 답변이다. 현재 6자회담은 북한이 신고한 핵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방법을 둘러싼 견해차로 4개월 넘게 주저앉아 있다. 미국과 북한이 ‘과학적 절차에 따른 검증’이라고 애매하게 구두 합의한 것을 놓고 북한은 “핵시설 안팎의 시료(試料) 채취는 과학적 검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핵시설 관련 시료 채취를 거부해왔다. 핵개발의 세세한 과정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료 채취 없이는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북 직접 대화를 염두에 두고 미·북 상호 핵무기 감축 협상 등 ‘오바마 정권 떠보기’에 주력해왔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 취지는 북핵 폐기와 주변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 원칙을 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북이 핵 폐기 준비가 돼 있다면 지원 용의가 있다”며 폐기와 지원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천명한 ‘행동 대 행동’ 원칙도 9·19 성명 그대로다. 오히려 9·19성명 이후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 의제에서 뺐던 HEU까지 되살렸다. 미국 정권 교체 후 ‘한반도 비핵화보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먼저’라고 주장했던 북한으로선 실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명료해진 이상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을 시험하며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9·19성명에서 북한이 약속했던 핵무기와 핵 계획 포기,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복귀를 통해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 망가진 북한 경제를 다시 세우고 배고프고 병든 북한 주민들 가슴에 밥과 약을 안겨줄 수 있느냐가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 언행은 (미국과) 북한이 함께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이나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고를 보냈다. 이제는 북한이 클린턴 장관의 제안과 경고에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