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고국 못가는 北노동자들

죽어서도 고국 못가는 北노동자들北, 러 건설현장 사망자들 인수 안해 가매장 급증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짐승 같은 죽음이죠.”  12일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은 이국에서의 동료들의 죽음을 이렇게 한탄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서 숨진 노동자들을 현지 가매장지에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 탈북자 김모 씨(46)는 “5년 전 모스크바 근교에서 폐렴으로 숨진 동료 최모 씨의 묘지 주위를 둘러봤더니 북조선 노동자 가매장지가 당시보다 4배나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러시아 병원들은 북한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숨질 경우 시신을 인근 병원 영안실에 임시로 안치했다가 북한 당국의 인수 의사가 없으면 병원 인근 지역에 가매장하고 있다. 한 병원 관리는 “가매장한 뒤에도 인수 의사가 없으면 3, 4년 뒤 큰 구덩이를 다시 파 유골을 한꺼번에 모아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3년째 일하는 탈북자 이모 씨(43)는 “러시아 병원과 근로감독청이 시신을 북한으로 보내려 해도 북한 당국이 운반비를 내지 않아 문제가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죽어서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짐승처럼 묻히는 것이 러시아에 나와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운명”이라며 울먹였다.  북한 노동자 사망과 시신 인수를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자 러시아 의회는 올 5월 ‘임시 근로자에 관한 러시아-북한 조약’을 비준했다. 이 조약은 근로 현장에서 숨지는 북한 노동자를 북한 보위국 등 근로자 인솔 책임자가 이송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탈북자들은 “조약이 발효됐어도 북조선 당국이 시신 운반비를 내지 않아 동료들의 주검이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