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주둔비 그만 내자

우리나라가 분담해야 할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이 68억 달러인지 55억 달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인 것만은 확실하다. 미국은 자신들이 한국에 이전 비용을 많이 떠넘겼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한국 분담금이 68억 달러라고 주장하고, 한국은 반대로 국민에게 이전 분담금을 적게 떠맡았다고 생색내기 위해 55억 달러라고 하는 모양이다. 양쪽 다 속이 보이는 셈법이다. 그런데 그나마 우리식 계산법에 따른 55억 달러도 2004년의 계획안인 38억 5천만 달러보다 무려 16억 5천만 달러가 늘어난 수치이다. 불과 2년 만에 이만큼 늘어났는데 앞으로 정말 재배치가 이루어질 때쯤에는 얼마나 늘어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도대체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는데 왜 우리가 해마다 천문학적인 주둔비를 물어야 하나? 또 그들이 미군을 이 땅에서 재배치하는데 우리가 왜 천문학적인 돈을 대주어야 하나? 미군이 우리나라 안보를 책임지고 있어서? 미군이 철수하면 내일 당장 북한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가 망하기 때문에? 그러면 우리나라가 지난 반세기 동안 쏟아 부은 그 엄청난 국방비는 다 어디 갔나? 그리고 북한은 먹을 것이 없어 인민들이 굶어 죽어간다고 벌써 10년 넘게 국내외 언론에서 야단법석인데 도대체 그런 북한이 우리나라가 안보불안에 떨 만큼 엄청난 국방비를 어디에서 조달하나?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최소한 북한의 20배는 된다. 그러므로 국방비 역시 북한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액수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니, 아직도 우리나라가 미국이 없으면 북한의 침략 위협에 떨어야 한다니, 그게 말이 되나? 이제 제발 국민들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우리나라와 북한의 군사 규모를 국민에게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바탕에서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재평가하고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폐지해야 한다.

미국이 이 땅에 주둔하는 주목적은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상 이 땅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킴으로써 예전에는 러시아를 상대로 이 땅에 최전방 방위선을 구축했고, 이제는 중국을 상대로 최전방 방위선을 구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잠재적 적들을 견제하기 위한 유용한 전진기지이다. 그러므로 만약에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전쟁을 벌인다면 우리나라는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참혹한 전란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린 그런 미국을 이 땅에 못 잡아 두어서 안달이다. 이 무슨 무모한 짓인가?

백번을 양보해 지금 당장 우리에게 미군 주둔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들의 주둔 비용과 재배치 비용까지 물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무상으로 공여한 수천만 평의 땅만 해도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일부 맡아주는 비용으로는 충분하고 남는다. 정작 우리의 젊은 군인들은 초라한 막사에서 어렵게 생활하는데 미군들은 우리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게 말이 되나?

우리나라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과 재배치 비용을 더 이상 떠맡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미군은 이 땅에서 철수해야 한다. 해마다 미군에 쏟아 붓는 천문학적인 주둔비용과 재배치 비용을 우리 군에 쏟아 부으면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자주국방은 오래지 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장군들과 정치가들의 의식이다. 그들이 사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의 보호막 속에 안주하는 한 우리에게 자주국방은 요원하다. 지금 우리에게 자주국방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이다. 물적 토대는 오래전에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