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권환수가 자주국방이라고…??? 웃기는 소리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 정책의 결정판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은 한국 안보의 장래를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위기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주권 문제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군사방어태세를 곡해하여 마치 미국으로부터 독립운동하듯 국민을 선동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평상시 한국군은 인사, 정보, 작전, 군수, 예산 등을 망라한 모든 지휘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이 중 정보, 전투작전, 전투편성의 세 가지 영역을 통제하는 작전권 역시 평상시 한국이 행사하고 있으며, 전쟁 상황하에서만 양국의 동의 절차를 거쳐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작전통제를 총괄하되 실제 전투는 한미 양국이 공동 수행하게끔 돼 있다.

한미연합 방위 태세가 물샐틈없이 구비되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한 전시작전권 논란은 애초에 발생할 이유가 없다. 싸워서 이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싸움을 걸어오지 못하게 할 정도가 돼야 대한민국의 안전이 보장된다. 정부는 우리 혼자서 북한의 군사 위협을 상대하는 어려운 길을 자초함으로써 자주국방의 구현이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대가로 한국 안보의 장래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고 있다. 미군이 계속 한국에 주둔할 것이고 전시상황이 생기면 증원군을 보내오도록 약속받을 터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하는 자들의 논리에는 미국의 확실한 도움 없이는 자주국방이 불가하다는 역설적 고백이 담겨 있다.

한미관계의 공고화를 약속하는 관리들의 장담과는 달리,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미관계가 회복되리라고 믿게 할 어떠한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독재정권의 핵 개발 이유는 이해한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북한을 압박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태도로 무슨 동맹 신뢰가 가능할 것인가. 공개석상에서는 미국을 면박 주고 마음속으로는 미군 철수를 걱정하는 한국에 대해, 공개석상에서는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마음속으로는 차갑게 한국을 정리하기 시작한 미국을 직시해야 한다. 청와대의 ‘빨리빨리’ 재촉에 우리 국방부가 최대한 앞당겨 잡은 2012년도 버거운 마당에, 2009년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말씀대로 당장이라도 한국은 이를 해낼 수 있다고 독려하는 미국의 반응은 흡사 이미 마음이 식어버린 배우자의 고별사를 연상하게 한다.

전시작전권의 단독 행사는 곧 한미동맹의 집행기구인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를 뜻한다.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보장하는 어떠한 다른 기구가 생겨난다 해도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한국을 도와 움직이게끔 돼 있는 현재의 체제보다 훨씬 취약하고 유동적인 체제가 될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효율성 신속성 통합성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령부다. 미사일에다 핵무기까지 더한 북한의 도발 능력을 앞에 두고 ‘자주’ 타령만 할 것인가. 미일동맹은 오히려 지상군사령부의 일체화(일본 가나가와 현 자마기지)를 꾀하여 한미연합사 모델에 접근하는 중이다. 한미연합사의 해체로 한국은 위기 시 미국의 지원을 그들의 정치적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분쟁상황 시 애매한 태도를 취할 경우 북한의 처리를 놓고 중국 러시아의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민족공조에 의한 통일을 꿈꾸는 자들에겐 엉뚱한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한미연합사의 해체는 김정일 정권 이후의 또 다른 사회주의 북한정권을 중국이 관리하게 되는 과정을 손놓고 지켜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주국가로 간다고 생색내면서 세금 부담, 안보 걱정, 분단 고착화를 야기하는 전시작전권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반자주적이고 반민족적인 처사다. 북한 대남전략의 제1과제는 한미관계의 무력화다. 지금처럼 친북반미 단체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라면 주한미군을 보장하는 새로운 제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다시금 분열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노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 마음먹은 일도 중대한 흠결이 발견되면 깨끗이 철회할 줄 아는 것이 지도자의 용기다. 애국자들의 고언(苦言)을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고 오기로 밀어붙인다면 레임덕은 고사하고 훗날 치러야 할 역사적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