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에 대한 기억, 내선일체 기능 수행”

“이순신에 대한 기억, 내선일체 기능 수행”

임진왜란 국제학술대회서 박환무 박사 지적

“민족의 수호자이자 구국의 영웅, 동양의 ‘넬슨’으로서 이순신의 기억은 내선일체적인 통합의 기능을 수행했다.”

일본제국주의가 총력전을 수행하기 위해 이순신에 대한 기억을 이용, 식민지 조선과 일본의 이데올로기적 통합을 꾀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낙성대 경제연구소의 박환무 연구위원은 19-22일 경남 통영에서 ‘임진왜란: 조일전쟁에서 동아시아 삼국전쟁으로’를 주제로 열리는 서강대 주최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최 측이 미리 배포한 발표문 ‘이순신, 제국과 식민지의 사이에서’에서 박 위원은 이순신이 어떻게 민족의 수호자이자 구국의 영웅, 동양의 넬슨으로 이야기되고 한국인의 집단적 기억을 만들어졌는지를 파헤친다.

그는 “망각의 늪에서 이순신을 근대 민족국가의 ‘민족의 수호자’이자 ‘구국의 영웅’ ‘동양의 넬슨’으로 만든 것은 조선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일전쟁을 앞두고 일본 현역 육군대위인 시바야마 나오노리(紫山尙則)가 장교단체 기관지인 ‘가이코샤'(偕行社)에 투고한 글 ‘조선 이순신전’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박 위원은 “시바야마의 이순신전이야말로 중화세계 속의 명장 이순신을 서양 근대 중심의 세계사 속의 명장 이순신으로 만들었으며, 식민지 조선에서 3.1운동 이후 문일평에 의해 ‘일본인이 저술한 이충무공전’으로 번역돼 읽혀졌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병합 후 제국 일본은 이순신을 전유하기 시작해, 이순신에 관한 유적은 식민지 조선의 유적이자 제국 일본의 유적으로 등록 보존돼 간다.

1795년 왕명으로 간행된 ‘이충무공전서’의 일어번역본이 ‘이순신전집 상하’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출간됐는데 이는 이은상의 국역 주석본인 ‘이충무공전서 상하'(1960)보다 40여 년 이상이나 앞섰다는 사실도 박 위원은 지적했다.

이순신의 전술, 발명, 통제력, 지모와 용기 등은 제국 일본의 해군의 모델이자 일본군의 행동규범인 군인칙유(軍人勅諭)의 구현자로서 자리매김해 갔다는 분석이다.

그는 “제국 일본의 이순신과 식민지 조선의 이순신이 상호동화되어 나온 것이 이광수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이순신”이라고 지적하고, “이광수의 ‘이순신’을 둘러싸고 식민지 조선 내의 이순신에 대한 기억이 서로 분열했지만, 중일전쟁 이후 구축된 국가총동원체제는 분열된 이순신의 기억을 통합해 간다. 총력전을 수행하기 위해 식민 조선인의 이순신 기억을 말살하는 것은 조선인의 상무정신을 말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민족의 수호자이자 구국의 영웅으로서 이순신의 기억이 식민지 조선과 제국 일본 사이의 내선일체적 통합의 기능을 수행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