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아무리 영화가 흥행해도 제작사는 망해 나가는 거다

최근의 CGV 정도면 광고 많다는 소리 나오는 게 당연할 정도다. 나도 거의 1~2년째 똑같은 생각을 해 왔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사람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시작시간은 광고를 보느라 예정된 시간보다 15~20분 늦춰지기 일쑤다. 나는 무료로 TV를 보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대가를 지불하고 영화를 관람하고자 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한 대가란 티켓값이다.

 

이상하게 생각되는 건, 광고 많다는 글에 달리는 쿨한 댓글이다. 광고 덕분에 그 영화를 그렇게나 ‘싸게’ 보고 있는 거라고 충고 해주고 있다. 오지랖 넓게도! 영화 산업을 꽤 걱정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1. 관람객은 돈을 내고 광고를 보는 시간을 사지 않았다. ‘덕분에 관람료가’ 운운은 별개의 문제다. 애당초 잡지와 달리, 관람객들의 대다수는 정해진 시작 시간으로부터 15~20분이 지나서야 의도했던 영화를 보게 될 것이란 사실을 예상치 못한다.

 

2. 설혹 15~20분의 광고 덕분에 관람료의 인상이 억제된 것이라도, 실제 관객들이 15~20분의 광고를 무저항으로 직시하며 봐준 대가치고는 관객들이 얻는 가치가 너무 적다. 관객들이 광고를 봐주는 덕분에 영화를 2~3000원 싸게 보고 있다는 것인가?

 

3. 광고에 의해 영화를 싸게 보고 있다 하더라도, 분명 극장별로 광고를 수주하는 양에는 차이가 있다. 영화 시작전 30개의 광고가 나오는 극장은 10개가 나오는 극장에 비해 관객들의 ‘광고 관람 노동력’을 지나치게 갈취하는 것이 된다. (보통 극장 광고는 극장 자체가 수주하지만, 현재의 멀티플렉스(CGV나 씨너스G, 메가박스 등)의 경우 극장광고 자체를 외부 매체사에 위탁 판매한다. 멀티플렉스 자체의 기준도 있겠지만, 위탁 매체사의 영업력에 따라 광고수가 크게 좌우되는 듯 하다)

 

4. 극장쪽은 영화 한편을 관람하는 가치를 7~8천원보다는 아주 높게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광고도 봐줘야하고, 음료나 간식 같은 건 거의 산 정상에서 파는 값과 비슷한 바가지다. (산 정상에서 파는 물건이 비싼 이유는 산 정상에서 물건을 파는 노력에 대한 대가이지만, 극장에서 물건이 비싼 이유는 단순히 그 공간에서 음료 및 간식을 그들이 독점판매하기 때문이다)

 

5. 하지만, 궁극적으로 실제 영화를 만든 제작사는 극장에서 팝콘을 얼마를 받고 팔든, 광고를 몇십개를 끼워넣든 상관없다. 실제 콘텐츠를 만든 이들은 단순히 극장입장 수익에서 일정부분을 받을 뿐이지만, 극장쪽은 바가지 음식에 광고 수익이라니, 이거야 말로 재주 넘은 곰이 억울한 일이 아닌가.

 

 

광고는 오랫동안 동결된 극장 관람료의 일등 공신인가? 이렇게 극장의 배만 채울 거였으면, 차라리 관람료를 인상하는 편이 좋았다. 그러면 제작사에게도 일정부분 그 금액이 돌아갔을테니까.

 

물론 지금의 환경에서 관람료가 인상되면 인상된 금액만큼 수익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수가 현저히 감소해 결국 총체적인 파국이 예상되긴 하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극장만 살고 제작사만 죽는다. 나는 깨끗하고 넓은 극장에 가고 싶기 이전에, 더욱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다. 재밌게 볼 영화가 없으면 극장 의자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는들 무슨 소용일까.

 

주장해야 한다! 광고가 많으면 많다고!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없을까? ‘덕분에 싸게 보고 있으니까’ 잠자코 있어야 하나? 욕심쟁인가? 광고가 많은 극장이 반드시 시설이 우수한 것은 아니며, 그 광고수익은 제작비에 보탬이 되지도 않으니 결국 소비자가 그 광고를 봐주는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건 실제 얻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뜬구름과도 같다.

 

극장별로 실제 영화 본편이 티켓의 시작시간보다 몇분이나 늦게 시작하는지 공개했으면 한다. 시설에 큰 차이가 없는 멀티플렉스들도 각자 큰 차이가 날 거다. 그리고 나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