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한반도는 지금 아무리 봐도 비상한 상황이다.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가설과 소문은 그래서 난무한다.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이 예정돼 있고, 북한 체제와 김정일 정권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공격에 북이 쉽게 무너지면 그만이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북이 남한을 선제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한이 지리멸렬할 때 일본이 미국을 업고 한반도로 진격할 것’이란 가설도 그럴 듯하다. ‘북이 무너지면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북한을 분할 통치할지도 모른다’는 이론도 나온다. ‘북이 무너질 경우 남한이 북을 관리할 힘과 명분은 별로 없을 것’이란 비관적인 분석도 꾸준히 등장한다.

물론 예의 시나리오가 모두 빗나가고, 한반도가 순조로운 평화 정착의 길로 나아갔으면 하는 게 우리의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우리를 에워싼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은 심상찮다.

북의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 금융·경제·군사적 압박,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한반도 개입 욕심, 남한 정치의 불확실성과 비이성적인 남북관계, 북의 무모한 대내외 정책 등을 보면 이 땅의 위기지수는 임계점을 향해 돌진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은 이미 준비완료형이다. 전략미사일 1000기가 북을 향해 대기 중이라는 전언도 있다. F117 스텔스 전폭기를 북한 깊숙이 들여보내는 훈련을 해온 건 오래전의 일이다. 그런 가운데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같은 강경파는 북의 군사적 도발 징후가 보이는 순간 선제공격(정밀타격’surgical strike 포함)으로 초토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심지어 지난해 8월 말 뉴올리언스 일대가 태풍에 초토화되는 등 국가비상사태가 없었다면 미국은 대북 군사공격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북한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부시 정권의 숙원임을 감안하면 대북 공격은 속도 조절과 명분 쌓기만 남았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한미 동맹이 깨진 지금 미국은 한국 눈치를 보지 않고 북을 때릴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자주와 (한미) 동맹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등 근래 한미 동맹을 부쩍 강조하는 배경도 이런 데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미국의 군사공격에 북이 일거에 붕괴해도 골칫거리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공동 관리하거나 미국 주도 하에 일본을 끌어들여 관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이해당사자인 한국은 끼어들 지렛대가 주어지질 않는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한국이 공산세력 방어의 마지노선이었지만 지금은 일본으로 변경됐기에, 유사시 한국은 ‘전장화’할 수도 있다는 게 미국의 수정된 전략이다. 우리로선 두려운 일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은 북이 휴전선에 집중배치된 장사정포와 미사일 등으로 남한을 보복공격할 경우는 최악이다. 한반도가 혼란에 빠지면 일본은 미국을 업고 자위대를 앞세워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례없는 미,일의밀월관계가 이를 말해준다. 실제 일본의 군사력은 핵무기만 없을 뿐 중국을 능가한다. 미국이 제조한 7대의 이지스함 중 일본이 2대(대만 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계해야 한다.

중국 역시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동북4성에, 남한을 자기네 시장에 편속하려는 숨은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걱정스럽다.

미·일·중·러의강대국과 도발적인 북한에 둘러싸인 우리의 안보 환경은 참으로 거칠고 숨 가쁘다. 우리가 살아남는 거의 유일한 길은한미동맹 부활뿐이라고 본다. 미국에 불만이 많다고는 해도중·일·러 보다는 실익이 훨씬 큰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