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관료의 일자리 대책과 평론가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최대 국정과제인 고용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놨다.  청년실업에 대해, “정부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면서 자활 노력을 강조했다.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활을 위해 애쓰는 선진국들의 분위기를 배우자”고 했다. 부처 보고의 구태의연함을 지적하며 “한번도 일자리 걱정을 안 해본 엘리트들이 만들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는 논평도 덧붙였다. 평론가의 말이라면 모두 귀담아들을 만하다. 난감하게도 고용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한 말이기에 듣기 불편하다.  작가가 작품을 쓰고 법관이 판결을 내리듯, 공직자는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가 구조적인 현안이긴 하지만, 엘리트 관료들이 재탕·삼탕의 대책을 내놓는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임명직 관료의 엘리트주의와 탁상행정을 제어·감독하는 것이 선출직 공직자의 책무다. 그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관료는 해법을 내놓지 못했고, 대통령은 평론만 한 셈이다. 축구로 치면 감독이 해설자로 나선 모양새다. 실업 청년들의 너무 높은 눈높이와 부족한 자활 노력을 언급한 대목에서 그런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왜 그러한지, 어떻게 정책을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진정성 있는 자세가 읽혀지지 않는다.  이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일변도 기조 아래 비정규직이 남용되고, 정규·비정규직 간, 고졸·대졸 학력 간, 대기업·중기 간 차별과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한 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 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고착됐다. 이런 마당에 눈높이와 자활 노력을 문제삼는 건 빵을 달라고 외치는 사람에게 “빵이 부족하면 고기를 먹으라”는 것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지도자가 평론가 역할만 하면 정책은 춤추고 국정은 방향성을 잃는 게 역사의 경험칙이다. 청년들의 자활 노력이 부족하다면 자활의지를 끌어올릴 정책을 펴는 게 정부의 책임이고, 관료들이 탁상행정만 한다면 현장과 실물을 깨우치도록 다그치는 게 대통령의 책무다.  청년들도 정부더러 세세한 것까지 챙겨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다. 눈높이를 높일 수밖에 없고 발버둥쳐도 자활하기 힘든 고용현실을 바로잡을 정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평론가가 아니다. 정책과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