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불안으로 당해 온 국민고통의 비용은 통일비용을 능가한다

통일비용은 분단비용보다 싸다통일이 되면 무엇이 나쁘다고 주장하기 전에 통일이 되면 무엇이 좋다고 말해야 한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남북한 사람들 모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즐겨 불었다. 대한민국의 대북정책도 통일을 지향하는 것 이었고, 북한의 대남 정책도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남북한 양측이 모두 공격적인 통일 방안을 지향 했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대 이후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인데 반해 북한의 대남 통일정책은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즉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을 이룩한다는 점에서 달랐다. 그러다가 1980년대 이후, 대한민국 내의 좌파 세력과 이를 지원하는 북한은 통일을 집요하게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통일염원’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자신들의 문건에 날자를 기록 할 때도 통일염원 OO년 O월 O일 등으로 표시할 정도였다. 예로서 1990년 1월 1일을 통일염원 45년 1월 1일 이라고 쓰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공산권이 거의 완전히 몰락하고, 북한경제가 붕괴 상태에 이른 후, 대한민국의 국력이 북한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확실하게 되면서부터 슬그머니 통일염원이라는 말이 사라져 버렸다. 통일을 하면 돈이 많이 들 터이니 당장 통일을 하는 것보다 서서히 통일을 하는 편이 낫다는 해괴한 반통일적 주장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후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핑계를 대거나, 동독 주민들이 서독 주민들에 비해 열등 국민들 취급을 받는 것은 보기 좋지 않으니 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통일을 당장 이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북한문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통일비용’이라는 근거 박약한 숫자들을 들먹이며 통일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내외의 연구소들은 피폐한 북한 경제를 되살리는 데 최소 500억 달러(약 58조원)에서 최대 1조50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금년 초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터 벡 이라는 미국 학자는 “북한의 소득을 남한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향후 30년 동안 2조~5조달러(약 2300조~5800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한 국민 1인당 4만~10만 달러(약 4600만~1억1500만원)의 통일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놀라운 정도로 엉성한 계산이 아닐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의 소득과 남한 국민들의 소득이란 개념은 무엇인가? 남한 국민들은 모두 다 똑같은 양의 돈을 벌고 있고 북한주민들도 모두 다 똑같은 양의 돈을 벌고 있다는 말인가? 통일 된 후에도 남한주민과 북한주민이 구분 된다는 말인가? 북한의 소득이 남한의 소득의 80%가 된다는 것을 기준으로 통일비용을 계산한 근거가 무엇인가? 왜 100%를 기준으로 잡지 않는가? 현재 대한민국 내의 시도 별 국민소득 격차도 제일 잘사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가 두 배 도 넘는 실정이다. 통일 후 30년 동안 남북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있던 곳에 그대로 눌러 산다는 말인가? 더구나 북한주민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냥 대한민국 사람들이 먹여 살려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가? 통일 후 북한 재건을 위해 투자하는 돈은 통일비용이아니라 국가건설 비용이다. 통일 후 북한 지역에 공장을 짓고 길을 놓는 것은 통일 이전 남한에 길을 놓고 공장을 건설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통일이 되면 무엇이 나쁘다고 주장하기 전에 통일이 되면 무엇이 좋다고 말해야 한다. 통일이란 “일 민족 일 국가”(One Nation One State) 라는 가장 바람직한 국가의 전형(典型)을 이룩하는 일이며, 우리 민족의 국가 건설이 완성되는 일이고, 대한민국이 강대국으로 나가는 기초를 닦는 일이다. 분단에서 연원하는 만성적인 안보 불안 때문에 한국 국민들이 당해 온 심리적 고통의 비용은 통일 비용을 훨씬 능가 한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분단 때문에 평가 절하(discount)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들은 훈련소에서 부쳐온 갓 입대한 아들의 흙 묻은 옷을 빨며 눈물 흘린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모두 다 꽃다운 시절 몇 년을 나라에 바친다. 이것들이 모두 분단의 비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통일이 되어도 국방의 신성한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안전하고 멋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분단비용은 통일비용보다 비싸다. 당연히 우리는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    李春根(이화여자 대학교 겸임교수/미래연구원 연구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