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뻔한 이야기를 왜 굳이 큰 돈을 들여 만들었나?

판도라 행성의 토착인 “나비”라는 단어 대신 이런 단어들을 넣어봅시다.

아프리카인, 인디언, 아시안, 소수민족 등등… 

너무 뻔한 레퍼토리이어서 우리의 세상에서 소재를 찾지 못하고

외계인을 가져다 붙이고 돈을 처바르고 3d로 찍었겠지만

또한 뻔한 레퍼토리를 그렇게 거창하게 포장하여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합니다.

포장지 자체의 퀄리티가 높은 것은 인정합니다만…

 

영화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굳이 흠 하나를 잡자면

초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약간 지겹고 부자연스럽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인공이 나비들에 동화되어가는 과정을 보면

그동안의 카메론 감독의 위대한 작품을과 비교해봤을때

너무 유치찬란하고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나비인들의 습성도

이런 류의 영화에서 나오던 약자들의 사상이나 관습과 너무 유사하여

창의력의 빈곤을 느낄 수 밖에 없었죠.

나비인의 가이아 사상이나 샤머니즘적 관습은

굳이 외계인이란 존재를 차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구상에서 찾을 수 있고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다뤘던 소재입니다.

 

어떤 분은 세상만사가 뻔한 이야기인데 재밌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데요.

물론 뻔한 이야기도 잘 포장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쓰면 뻔하지 않게 만들 수 있죠.

인종차별이라는 너무도 뻔한 이야기를 묘하게 비틀어서

찬사를 받은 “디스트릭트9″처럼요.

카메론 감독의 영화 중 가장 그 깊이(질이 낮은게 아니라 가장 오락용에 가까운)가

낮다고 보여지는 ‘트루라이즈’도 이야기 흐름 자체는 아바타보다 감질나게 만들었는데

카메론 감독을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 때문에 좋아헸던 저로서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였다면 그 부분을 가장 공들여 시나리오를 손질했겠습니다만

카메론이 그럴 능력이 없는 감독도 아니고

단지 흥행용 SF영화였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안쓴듯 합니다.

 

하지만

음향효과이며 그래픽이며 등등 기타 하드웨어적 측면은 딱히 욕할 것은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외계인과 싸우러가는 지구인의 무기가 화약무기냐고 비아냥 거리셨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면이 액션의 리얼함을 좀 더 살렸다고 봅니다.

막판에 수소폭탄이나 중성자탄을 썼다면 좀 더 간결하게 결말이 났겠지만

그러면 마지막 하이라이트 전투 장면이 나올 수 없었겠지요.

최첨단기술을 자제하고 재래식 무기를 많이 차용한 것은

실감나는 액션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이리하여 아바타라는 영화는

영화 자체를 많이 보지 않으셔서 식상한 어떤 레퍼토리가 없으시거나

단순 오락용으로 보실 분이라면 분명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영화를 섭렵하셔서

그런 레퍼토리에 식상한 분이라면 너무나도 지겨운 영화입니다.

‘늑대와 춤을’이나 ‘파워 오브 원’등 이런 식의 영화는 너무나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약자는 약자 스스로는 극복할 수 없고

특히 ‘백인’이나 ‘유태인’ 같은 외부자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밖에 없다는

위험한 결론 밖에 내지 못합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일제시대때의 조선인은 뒤떨어지고 미련한 존재이지만

영리하고 정의로운 쪽빠리 놈이 하나 나타나 독립을 시킨다고 하면 얼마나 어이없겠습니까.

그런 류의 영화를 많이 봐왔던 저로서는 양키놈들의 그런 오만함은 진저리가 납니다.

인디언이나 아프리카인들의 승리가 왜 꼭 백인의 지도 아래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아바타로 치자면

나비인들의 승리가 왜 나비인이 아니라 지구인에 의해 달성되어야 하는 것인지…

하지만 이런 영화 자체를 많이 보지 않으셨거나

그런 오만함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웃고 넘기실 수 있는 분이면 재밌게 보실 수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요.

제가 거부감이 가장 많이 들었던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지만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아바타는 흥행할 영화입니다.

하지만

블레이드러너(사이버펑크영화의 원조)나 스타워즈(오리지널 SF영화의 원조. 스타트랙은 TV시리즈)나

쉬리(대한민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나

올드보이(단순 헐리우드따라식 블록버스터에서 소재의 다양화의 시작)같이

역사에 어떤 획을 남길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3d영화의 어떤 기점이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3d영화로서의 기점을 만든 것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부정하지도 않겠습니다.

모르지요. 그 방면으로 역사에 남을 영화가 될지… 하지만 이야기는 그냥 평균수준이었고,

들인 돈이나 받았던 관심에 비해서는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겠죠.

제 개인적으로는 그냥 “So So”이지만

하도 분에 넘치는 찬사만 보내는 분들이 많기에 일부러 “Bad”를 골랐습니다.

 

결론 : 양키식 영웅주의에 반감이 없고 이야기의 빈약함을 참을 수 있다면

분명히 재밌을 수 있고 흥행할 수 있는 영화.

하지만 위대한 영화는 아니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