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PSI 가입과 국내의 반대 목소리

written by. 신범철

 정부가 마침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가입을 선언했다. 지난 2003년 9월 PSI 출범 이래 제한적으로 참여해 오던 것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한국의 PSI 가입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격렬한 비난과 국내 일부의 반대가 예견되지만,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라는 국제질서와 가치를 고려할 때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오히려 늦은 감도 있다.
 PSI는 핵무기나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다른 국가나 테러단체에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물자를 실은 선박 등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국제비확산체제의 일부이다. 이미 94개국에 이르는 PSI 참여국은 차단활동 외에도 정보교류·재원확보·공동훈련 등에 참여하는데, 지금까지의 운영 모습을 보면 무력을 수반하는 차단활동보다는 정보교류와 공동훈련이 중심이 되고 있다. 또한 PSI가 공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해양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간 양자협정을 체결하고 ‘항해안전에 대한 불법행위 억제협약’을 개정하는 등 규범적 노력을 강화해 왔다. 유엔 역시 ‘안보리 결의 1540호’를 통해 “대량살상무기 확산이 국제평화 및 안보에 위협이 되므로 회원국은 핵·생화학 무기와 운송수단, 관련물질의 불법 매매를 예방하기 위하여 협력해야 한다”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의 PSI 참여 논의는 그 본연의 목적보다는 북한에 얽매여 왔다. 북한의 과잉반응과 남북관계의 악화를 우려해 전면 가입을 미뤄 온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PSI 가입은 북한에 대한 압박이며 군사행동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하면서도 태연하게 군축협상을 제안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면 PSI에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함께 참여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PSI 공식 참여를 ‘선전포고’로 인식하겠다는 북한의 엄포와 이러한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서는 이성적 논리를 찾을 수가 없다. 북한은 이미 PSI에 공식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에도 선전포고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러한 북한의 억지 주장에는 우리의 잘못도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력의 우위에 여유가 생긴 이후로 북한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등장했다. 그 결과 북한의 비합리적 행동도 한반도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곧잘 받아주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의(善意)가 북한의 잘못된 관행을 유도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사달라고 억지 부리는 부잣집 도련님을 만들어 온 것이다. 핵 실험, 미사일 실험, 개성공단 존폐 문제 등 중대한 현안이 표출되고 있는 오늘의 남북관계에서는 무엇보다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필요하다. PSI 참여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비확산체제 강화를 위해 참여하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려 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PSI 참여는 그들과는 무관한 일이다. 끝으로 단순히 PSI 참여를 확대한다는 자세보다는 실질적으로 비확산체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차단활동이라는 하드웨어보다는 국가 간 정보교류, 대량살상무기 구입 국가들에 대한 국제적 압력, 핵확산방지조약(NPT) 강화, 미사일기술 통제체제(MTCR)의 확대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당장의 이익이나 위협에 흔들리지 않고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신범철(한국국방연구원국방현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