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가 된 이유

이미 한 달여 전 일이지만, 아직도 나는 서울에서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2009년 12월31일 자정, 아니 2010년 1월1일 0시, 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디자인 단체인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회장 자격으로 서울에서 보신각 종을 치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새해를 맞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그 시각에 나는 세계 디자인 수도인 서울에서 세계 최초의 디자인 수도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선포한 것이다. ‘러키 세븐’이라고 했던가? 나는 7번째의 서울 방문에서 그런 행운과 영광을 안았다. 그런데 나의 흥분과는 달리, 서울 시민들은 세계 최초의 디자인 수도에 대해 나보다 덜 흥분하고, 덜 기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일까? 아마 디자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흔히 디자인이라면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그런 아름다움이 디자인의 전부라면 나와 나의 단체는 아마 서울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객관적인 아름다움에서 서울이 파리보다 아름다운가? 서울이 시드니보다 아름다운가? (물론 아름다운 곳도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최초의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자. 서울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 도시로 만든 계기가 무엇이었는가? 아마도 88서울올림픽이었을 것이다. 바덴바덴에서 “세울”이 호명된 것은 서울이 경쟁도시보다 올림픽 준비가 잘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잠재력과 의지를 높이 산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이라는 도시는 디자인 중심으로 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의지와 열정을 능가하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이제 서울은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를 기점으로 세계적 명품도시로 도약하게 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특히 올해 대한민국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이 아닌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었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은 뛰어남에도 한국산(Made in Korea)이라는 표시가 붙으면 경쟁 상품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이 명품 반열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때의 여운이 남아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0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은 서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더할 수 없이 소중한 기회다.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의 자격을 얻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이달 23~24일에는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2010의 공식 개막 행사로 ‘WDC 세계 디자인 도시 서미트’가 다시 서울에서 열린다. WDC 세계 디자인도시서미트는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것을 기념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경기 불황기에 디자인을 통해 도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토의하고 협력하는 국제적인 공동 노력의 장이 될 것이다.  이미 유럽 14곳, 아시아 13곳, 미주 5곳, 아프리카 2곳 등 34개 도시 대표단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다.물론 나도 이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8번째로 서울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이렇게 호소하고 싶다. “서울 시민이여, 다시 한 번 열광하라. 디자인이란 바로 당신들의 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