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신뢰를 되찾자

사법부 신뢰를 되찾자“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우리법연구회’ 출신 K변호사가 청와대의 개혁 성향 참모진과 당시 변호사이던 이용훈 대법원장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이듬해 이 대법원장이 취임하자 연구회 회원들은 적극 지지했다. 연구회와 이 대법원장 간에는 연구회 회장을 지낸 박시환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한다는 ‘암묵적 약속’ 같은 게 있었다.”우리법연구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의 회고다. 연구회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이 대법원장의 임기 내내 연구회가 사법부의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연구회는 이 대법원장 취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 대법원장 입지를 흔들고 있다.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사법개혁을 외치던 소장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연구회는 헌법, 노동법을 주제로 정기적인 토론회와 강연회를 열고 가끔 회원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친목행사를 가질 뿐 단체 이름으로 ‘집단행동’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초창기 개혁 성향의 법관들이 주로 참여한 까닭에 진보적이란 꼬리표가 붙었다.그동안 연구회가 개최한 토론회, 강연회 주제를 살펴보면 개혁적이란 수식어가 꼭 틀린 것도 아니다. 헌법, 노동법을 연구하는 단체답게 사법권 독립, 법관 인사제도, 대기업 지배구조,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한 일이 많다.몇 해 전까지 변호사도 회원으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회원 자격이 판사로 제한된다. 이 대법원장이 2005년 “법원 안에 우리법연구회 같은 단체가 있는 건 적절치 않다. 부장판사급 이상은 탈퇴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 이광범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대거 빠져나갔다. 지금은 회원 수가 120여명으로 추산된다.최근 몇몇 형사사건 판결이 ‘편향’ 논란에 휩싸인 뒤 한나라당과 보수 단체는 연구회를 ‘배후’로 지목해 해체를 촉구했다. 법원의 일부 판사도 “법관들이 사사로이 모여 세력화할 염려가 있다는 우려와 오해를 낳고 있다”며 연구회에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하지만 연구회는 “우리는 학술단체다. 해체 요구는 편향된 ‘색깔론’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도 최근 국회에서 “연구회가 법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아 해체를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역시 강력한 세력이 생기면 중립적 판결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