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믿음 줘야 한다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기린도·순위도 해안 기지에 배치된 사거리 20㎞의 76㎜·100㎜ 해안포 훈련 횟수를 늘렸다고 한다. 평소 NLL 인근 바다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은 최근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으니 피하자”는 교신을 주고받은 뒤 일제히 사라졌다. 이곳은 1999년과 2002년 남북 해군이 충돌하면서 1차·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던 해역이다. 북한은 지난 1월 17일 인민군 대변인, 1월 30일 대남 선전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등을 통해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서해상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북한 함경북도 동해안에 있는 무수단리 미사일 시험장에선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실험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2월 초 한·미 당국이 처음 이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만 해도 발사까지 2개월 가까이 걸릴 것으로 봤지만, 오는 25일을 전후해 발사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11일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에 김영춘 차수를,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에 리영호 대장을 임명하는 등 북한 군 수뇌부 인사를 실시했다. 북한이 남쪽을 무력으로 도발할 때마다 전면(前面)에 나섰던 인물들이다. 북한은 서해에서든 동해에서든 그들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고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은 12일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회원들과 만나 “북한은 이런 식으로 협박을 계속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러지 말고) 자립해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선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이며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시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옳은 말보다 언제 터질지 모를 북한 도발을 막을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겉으론 침착·평온한 듯해도 속으론 긴박하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오는 19~20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訪韓)한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북한의 NLL 도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는 외교적 압박과 설득의 국제 공조가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보여줘야 한다. 한·미와 일본·중국·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개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 북한이 저지를지도 모를 위험한 도발에 사전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럴 때야말로 정부의 외교력이 제 역량 이상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 도발을 사전 저지하려면 외교적 국제 공조와 우리 군의 철저한 대비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내외(內外)에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