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책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은 배급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 곳곳으로 번지기 시작한 마을 단위의 사(私)시장이 번창하면서 군부와 당 간부, 공무원 등 북한 정권 기반 세력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앙집권·계획경제 시스템을 재정비해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켜주면서 김일성 일가(一家)의 3대 세습을 성사시키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사태는 김씨 일가의 유일(唯一)권력이 ‘시장·민심과의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보안요원들에게 실탄을 지급하고 “반발하는 주민은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그래도 민심을 잡지 못하자 결국 화폐개혁 실무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운 것이다. 민심 이반으로 위기에 몰린 전제(專制) 정권의 상용(常用) 수법이다.

 

지금 전해지는 소식이 사실에 근접한 것이라면 북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체제 위기 때 한편으론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잠수정에 무장공비를 태워 강릉 앞바다로 보냈고, 대포동1호를 발사했다. 남북대화를 먼저 요구하고는 대규모 군사훈련과 서해 대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금 모습은 그때와 닮은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