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문제, 회피가 능사가 아니다.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지 57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권단체에서는 기념일을 맞아 금주를 인권주간으로 정하고 인권에 관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마침 서울에서는 북한국제인권대회가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며 준비위원회는 이번 주를 북한인권주간으로 선포하였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경색된다는 이유로 이 대회를 외면하고 있으며 초청된 정부관계자들도 참석치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유엔총회는 11월 17일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이 제출한 북한 인권결의안을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한 바 있다. 정치권과 인권단체에서는 정부가 이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주문했으나 정부는 기권하였다. 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북한의 각종 인권침해 사례를 적시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주에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보광사에 조성된 ‘비전향 장기수 묘역’의 실상이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불굴의 통일애국투사묘역’이라고 선명히 음각된 바위표지석이 말해 주듯이 이 묘역에는 남파 간첩 최남규·금재성씨와 빨치산 출신 류락진·정순덕·손윤규·정대철씨 등 비전향장기수 6명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체제를 전복시키려고 평생을 바쳤던 자들이다. 빨치산으로 활동하다가 1963년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하다 출소한 정순덕의 묘비에는 ‘마지막 빨치산 영원한 여성전사, 하나 된 조국 산천에 봄꽃으로 돌아오소서!’‘30년의 형옥 속에서도 전향을 하지 않고 당신의 지조를 지키며 빛나는 생을 마치다’라고 적혀 있다한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적화통일분자 추모묘역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지척에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등산객이 매일 50명 이상이 그 옆을 지나다녔으나 지금까지도 이를 당국에 신고한 사람이 없다니 공산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어떤 상태인지 걱정스럽다. 파주시가 늦게나마 이의 철거를 지시한 것은 다행이다.

지금 우리는 정체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북관계의 기조를 햇볕정책에 두었던 국민의 정부는 도덕성과 정직성의 결여로 대북정책에서 참담한 실패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한 참여정부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퍼주기와 두둔은 과거 정부의 그것을 훨씬 초월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도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공개처형장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유포되고 있다.

처참한 북한의 인권실상에 대한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에도 정부는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동안 북한에 지원했던 자금과 물품이 굶주림에 처해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군대유지와 군수산업육성에 전용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미국은 한국정부 등이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물품이 직접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지를 투명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북한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도대체 이 정권은 북한에 어떤 빌미를 잡힌 것이 아닌지 국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 인권에 대한 기준은 하나여야 한다.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국가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다. 국제 NGO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문제를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그들이 한국에까지 찾아와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고마워하고 적극 지원해주어야 할지언정 이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