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과 인육사건

북한이 최근 미국과 남한에 대한 유화공세를 펼치는 이면에는 식량난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방치했을 경우 대규모 폭동이나 반정부 투쟁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북한은 올해 초에 “제국주의자들의 유례없는 공화국 고립 압살 정책에 맞서 식량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언한바 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150일 전투를 전개하면서 모든 주민들을 강제로 집단농장으로 내몰았다. 식량이 나올 데가 없으니 농사에 총력을 다해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대부분의 집단농장에는 비료가 없어 아예 농사를 포기했다. 농민들은 집단으로 경작하는 농장에서 열심히 일을 해봤자 식량 배급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농민들의 의욕이 상실되어 생산량이 늘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개인이 경작하던 뙈기밭 농사를 강제로 금지시켰다. 식량난에 허덕이며 집단 농장으로 내몰린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북한 내부에는 굶주린 군인들까지 가세한 약탈과 떼강도에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57년부터 주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식량 배급제를 실시했으나, 1995년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배급을 중단했다. 거기에다 이상 저온 현상, 대홍수, 비료 부족, 낙후된 영농기술, 토지의 산성화, 농민들의 의욕 상실 등으로 식량난은 더욱 가속화되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줄어들었다. 지난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은 물론 서방 국가들까지 대북 식량지원에 소극적이다. 여기에다 외화난으로 국제시장에서 곡물을 수입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데일리 엔케이의 보도에 의하면 함북도 회령에서는 아버지가 자기의 친딸을 잡아먹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먹을 것이 없어 인육을 먹었다는 것은 김정일정권의 야만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올가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작년에 비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육 초기인 5월의 이상 저온과 7~8월의 가뭄 피해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을 문제 삼아 우리 정부가 지원하던 연간 30만 톤 수준의 비료 지원을 2년 연속 중단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곡물 부족량은 올해 117만 톤에 이어 내년에는 150만 톤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곡물가격도 살인적 수준이다.

 

시장에서 쌀이 1kg에 북한 돈으로 2,000원, 옥수수 1kg은 1,000원에 거래된다. 이는 보통 근로자 한 명의 월급이 2,000~3,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주민이 감내하기 힘든 가격이다. 특히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식량 지원이 줄어들자, 군량미를 농장에서 생산되는 생산물로 우선 확보하도록 독려함으로써 농민들의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되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다면 2010년은 흉작에다 소토지 몰수, 장마당 단속 등으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한 식량난을 겪어야 할 상황이다.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0월 초 “북한 인구 3분의 1이상이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도 공동보고서를 통해 “올해 북한 주민 약 900만 명이 식량 부족으로 기근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식량난은 주민 생존을 외면한 채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린 김정일 정권이 초래한 인재(人災)이다. 북한이 유화 국면을 조성해 일시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는 있겠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심각하고도 만성적인 식량난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핵을 포기하는 길만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