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억류 남한주민 신원부터 밝혀야

북한이 “불법 입국한 남조선 주민 4명을 단속했다”고 발표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들의 신원과 입국 경위 등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이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직후 신원 파악에 나섰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갖가지 설과 추측만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남북관계의 앞날을 생각했을 때, 또 인도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종종 불법 입북이나 체제비판 등의 혐의로 외부 인사를 체포·구금했을 때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지난해 3월17일 두만강을 무단 월경한 미국 여기자 2명을 붙잡았을 때는 4일 뒤, 지난해 12월24일 입북한 재미동포 북한 인권 운동가 로버트 박씨의 경우 5일 뒤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31일부터 억류한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의 구체적 혐의를 적시하는 데 1개월이나 지체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에는 사건 발생과 동시에 피억류자의 신원과 혐의가 사실상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단속’ 사실을 발표했는데도 구체적 내용은 안갯속에 숨어있다.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는 특정 국가가 외국인을 ‘구금’ ‘유치’ ‘구속’할 경우 소속 국가에 통보할 의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협약 36조 b항이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소속 국가의 영사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도다. 북한이 국제법적으로 남측에 이들의 신원이나 혐의 내용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특수한 관계다. 더욱이 현재 남북 간에는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자칫 억류 문제가 악화된다면 남북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북한은 이들의 신원을 밝힌 뒤 조속히 조사를 마무리하고 송환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북한의 발표 이후 속수무책으로 후속 조처만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핵문제 우선 해결과 북한 길들이기로 일관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할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지금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조건 중 하나로 북한 측에 관광객들의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약속한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최선의 길은 남북관계 개선에 있다. 억류 국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