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기만성에 더이상 속지 말아야

‘겉과 속’ 다른 北 최근 북한의 대남 행태가 예사롭지 않다. 남북 간 화해와 관계 개선을 원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동시에 남한 정부에 대한 비난과 도발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해 대청도 인근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하고 총참모부 명의로 무자비한 보복을 다짐하던 북한이 며칠 후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나섰다. 또 18일에는 아태평화위 이종혁 부위원장이 금강산관광 11주년 기념차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에게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재개하기 위해 남측 정부가 제시한 전제조건을 협의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하는 사이 21일 노동신문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반통일 대결 책동의 장본인으로 거론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지난 9월 말에도 어렵게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기간 중에 북측 적십자사 대표는 남측 대표에게 자신들이 호혜를 베풀었으니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라고 재촉하더니 정부 결정으로 1만t 옥수수를 보내겠다고 하니 한 달이 지난 오늘까지도 간접적 불만을 표출할 뿐 공식적으론 아무 답변이 없다. 10월 초 평양을 방문했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고 하지만 비선조직에 매달릴 뿐 공식화되지는 않고 있다.북한의 이중적 대남 행태의 이유와 배경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무엇보다 남한 당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왜 이미 가동 중인 당국 간 채널을 마다하고 현정은 회장이나 제3국을 에둘러 대화나 협력을 제안하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첫째, 북한의 전체주의적이고 획일적인 정책 결정 구조를 상정할 때 전통적인 ‘통민봉관’(민간과는 대화하고 당국과는 대화하지 않는 것) 대남전략의 일환으로서 정부와 민간기업, 시민사회, 야당 및 재야단체를 이간질해 그 결과 자신들은 최대한 이득을 챙기려는 술수로 볼 수 있다. 둘째, 북한의 최대 관심은 북미 간 양자대화를 통해 그들의 숙원인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동시에 받아내는 일인데 다음 달 북미대화를 앞두고 사전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남북 대화 제의 등 평화 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환일 수 있다. 중국의 압력을 희석시키기 위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과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이용한 것도 같은 노림수로 볼 수 있다. 셋째,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면 체면을 중시하고 혹 제기될 책임을 모면키 위해 우리 당국에 대화를 직접 제의하지 못하고 손쉽고 허물 없는(?) 민간기업이나 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중 행태가 노정됐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내 각 부서나 책임자 간의 경쟁이나 견제 또는 각자 주어진 업무에만 매진할 뿐 횡적 연결망의 부재 등 소통의 문제로 인해 정책 표출의 시차가 발생하고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이처럼 합리적이고 복잡한 과정의 산물일 수도 있고 훨씬 단순하고 비합리적 구조 때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때그때 수십가지 원인과 배경을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나 아무리 복잡한 사정이 있더라도 우리 정부나 민간은 원칙에 입각해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과거 북한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갈등을 촉발하고 재미를 보았다면 현 정부는 탈정쟁적이고 보다 투명한 방식과 절차를 통해 남북문제를 풀어가면 될 것이다. 북한의 이중성과 기만성은 알고도 속아줄 때 더 이상 속일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고 북중, 북일 관계가 예전같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미 동아시아 각국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작됐고 전략가들 사이에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이제부터 우리 정부도 전방위적인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