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16세기 왜 진화론 부정하는가

로마 교황청이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을 정면으로 다룬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주 로마 교외에 있는 자신의 여름 휴양지에서, 저명한 철학자와 과학자들을 모아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강도 높은 토론을 벌일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 보도했다. 토론 결과에 따라 창조·진화론 논란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이 발표될 수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번에 교황청이 인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론은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으로 알려졌다. 우주나 복잡한 구조의 생명체들이 진화와 같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고등한 지적 존재에 의해 의도적으로 ‘설계’됐다는 이론이다. 설계의 주체로 신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창조론과 대동소이하다.
작년 12월 미국에선 지적 설계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펜실베이니아주 교육당국의 정책에 대해 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려 전 세계적으로 창조·진화론 논란이 불붙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톨릭은 진화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지적 설계론의 인정 가능성은 진화론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변화’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현대 가톨릭은 신이 7일 만에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세기 내용에 문자 그대로 얽매이지 않고, ‘진화론도 창조론을 보완할 수 있는 이론’이란 입장이다. 미국 등의 가톨릭계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6년 10월 23일 교황청 아카데미에서 “인간이 생명의 초기 형태에서 서서히 발전한 산물이라는 찰스 다윈의 이론이 단순한 가설 이상의 것임을 인정하게 됐다”고 선언했다. 가톨릭 내의 진화론 반대주의자들조차 “오늘날 가톨릭 지식인들 대부분이 진화를 사실로 믿는다”고 인정한다.
이런 분위기에 제동이 걸린 것은, 추기경 시절부터 강경 보수파로 유명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즉위하면서부터. 교황은 즉위 미사에서 “우리는 의미 없이 진화로 우연히 생겨난 존재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이 문제를 본격 제기했다. 최근 교황은 28년간 바티칸 천문관측소장직을 맡아온 조지 코인 신부를 해임했는데, 이 역시 코인 신부가 지적 설계론을 비난하며 교황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이번 교황청 모임은 1970년대 후반부터 계속돼온 것으로, 올해의 주제는 지난주 교황의 측근이자 지적 설계론 지지자인 크리스토프 쇤보른 오스트리아 추기경이 제안했다. 페터 슈스터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회장, 윤리철학자 로버트 스패만, 파울 엘브리히 뮌헨대학 철학교수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