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인신매매 활개… 대책 필요하다

    미국 내 인신매매 활개… 대책 필요하다
    최희선(미 웨슬리안대 국제관계학과 1년)

   
 

미국 내의 국제 인신매매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중남미 국가 등에서 여성들을 성 매매 목적으로 미국 전역에 알선하는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들은 여성들을 미용사나 손톱 관리사 등의 허위 취업보장으로 유혹한 뒤 미국으로 유인해 속임수, 협박, 물리적 또는 성적 폭력으로 강압해 달아나지 못하게 한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조사에 따르면 약 1만4500명 내지 1만7500명의 피해자들이 매년 인신 매매를 통해 미국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고 한다. 다수의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는 그 수를 훨씬 많게 보고 있지만,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인신매매 피해자 들의 대다수가 성 매매로 빠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아틀랜타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아시안 마사지 샵의 대부분이 성 매매 장소로 악용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한 예로, 태국 출신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여성은 마사지 샵에서 현대판 노예처럼 성 매매를 강요 당하고 있었다. 그녀의 지옥 같은 생활은 지역신문 광고에서 시작됐다. 세 아이의 엄마로 살림살이가 빠듯했던 그녀에게 미국에서 영어도 배우고 숙식을 제공 받으며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다는 광고는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었다. 모든 여행 경비와 비자 문제까지 해결해 준다는 알선 업체만을 믿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건너왔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국제 인신매매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조지아 주 아틀랜타에 도착한 그녀는 약속과 다르게 미용실이 아닌 안마시술소에 넣어졌다. 공짜인줄 알았던 각종 여행경비와 숙식비용은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뻥튀기돼 고스란히 그녀의 빚이 되어 있었고, 취업 비자가 아닌 불법체류자 신세로 매 순간을 추방의 공포에서 떨어야 했다. 빚을 갚기 전까진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사장의 명령대로 성 매매를 하게 됐다. 하루에 20명 가까이 되는 남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이러한 사례는 가난한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러시아, 중국도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더한다. 이미 2006년 샌프란시스코 일간지 크로니클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한국인 여성 김유미(가명)씨 사건은 한인 사회는 물론, 샌프란시스코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다.

부산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평범한 학생이 감당 할 수 없는 카드 빚에 쫓겨 결국 일자리 광고를 보고 미국에 온 뒤 성매매 업소에 갇혀 2년간 성 노예로 살아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많은 한국 여성이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의 안마 시술소, 지하실, 아파트 등 갇힌 공간에서 많게는 하루에 열 댓 명까지 상대하며 노예처럼 생활하고 있다. ‘주인’ 혹은 사장에게 압수된 여행 서류와, 각종 수수료에 음식, 의복,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생긴 어마어마한 빚, 그리고 출구마다 설치된 CCTV 또는 경비들이 그들의 탈출을 막고 있다.

밖으로는 인권 보호를 외치면서 인권 파괴의 극치를 보여주는 인신매매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의 안이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마약사업보다 훨씬 더 수익성 있는 인신 매매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관할 지역 시민들이나 공무원들은 가끔 인신 매매 집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성 매매 여성들의 자발성을 주장하는 등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일각에서는 인신매매 희생양이 된 여성들이 탈출할 방도가 많으나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은 본인들이 원해서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인신 매매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미국 공무원과 경찰들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탈출하다가 잡히면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크나큰 해가 돌아간다는 협박 속에서 여성들은 업소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의 인신매매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러 해 계속된 국가적 이슈이니만큼 지역의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연방 정부의 대대적 정책이 시급하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얽히고 설킨 브로커, 중개인, 택시 운전사, 성매매 업체 주인 사이의 조직적인 네트워크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발본색원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루빨리 한•미간 당국간에 인신매매 논의가 이루어져 힘없는 여성들이 더 이상 성 노예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