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미신처럼 믿는다면 이 기사 읽어 보소

“테러범과 협상 없다”던 美, 뒷구멍으론 ‘협상’

인질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공식입장’은 “절대로 납치범들과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납치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서 인질 석방 등 대가를 지불할 경우 선례로 남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납치범들의 표적 1호가 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자 의무사항인 듯 하다.

이번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건의 경우에도 미국은 “테러범들과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며 거듭 미국의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현지시각 31일 “테러범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은 매우 오래됐으며 우리가 정책을 곧 바꿀 것이라는 그 어떤 조짐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23명의 한국인 피랍자 중 2명이 희생된 후에 나온 입장이기에 앞으로 3명이 죽든 4명이 죽든 미국의 이 입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겉으로는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이 뒷구멍으로는 ‘비타협 원칙’을 깨고 납치범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 해 1월 美 기자-이라크 수감 인질 5명 맞교환..게다가 돈까지?

지난 해 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무장단체들에 납치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질 캐롤 기자는 미 수용소에 억류돼 있던 5명의 이라크 여성과 맞교환됐다. 미 정부가 사건 발생 3일 만에 무장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후 ABC 방송국은 이 사건과 관련 미 정부가 납치범들에게 총 10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캐롤 기자의 가족 모두 이를 부인했다.

미국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도 협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 법무부는 2003년 2월 마약소탕전에 개입했다가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붙잡혔던 노스럽그루먼 직원 3명을 풀어주면 미 연방법원에 기소된 이 단체 지도급 인사가 감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겉으로는 ‘대테러 전쟁’이니 ‘원칙불변’이니 하면서 뒤로는 테러단체들과 협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딴 마음 품고 있나?

피랍된 한국인들의 안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 보이는 미국의 태도는 혹여나 이들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피랍자 전원 살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를 기다렸다가 납치범 소탕을 이유로 아프간에서 확전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과거 김선일 씨 피살사건 때도 미국은 알 자르카위의 은신처를 파괴한다면 총 세차례에 걸쳐 이라크 팔루자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초토화 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미국은 아프간 탈레반 조직을 완전히 전멸시켜 버리기 위해 짐짓 ‘테러단체와 협상 불가’라는 의뭉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듯 보인다.

민주노동당도 1일 성명을 통해 “‘사악한’ 탈레반의 면모가 남김없이 과시되길 기다렸다가 가족들마저도 복수심만 남게 됐을 때를 기라려 아프간을 석기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미)국무부의 결심이 읽”힌다면서 “테러범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게 국제사회의 원칙이라고 했는데 이는 미국의 미국의 적에 대한 독단적인 원칙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피랍자 가족들이 탈레반측이 공표한 최종 협상 시한인 1일 오후 4시 30분을 앞두고 미 대사관을 찾을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영원한 우방국’의 피랍자 가족들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인지 주목된다.

/ 배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