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재벌의 미디어 소유를 규제, 한국은 거꾸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하버드 로스쿨 동지인 훌리우스 제나코프스키가 신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의장으로 내정됐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최고의 적임자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아직 국회 인준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제나코프스키가 부시 행정부의 미디어정책을 변화시킬 주역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한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J.D.를 받았던 그는 연방대법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벤처창업투자회사 ‘론치박스 앤드 록 크리크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했다. ‘커몬 센서 메디아’의 이사로 재직했었고, 법률·테크놀러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특이한 이력자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오바마 캠프의 테크놀러지 브레인 역할을 맡았다. 소셜네트워크 툴을 대선 캠페인에 적용해야 할 것을 주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부 CTO라는 아이디어도 제나코프스키로부터 나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국회 인준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섣부른 감이 없진 않지만,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시현시켜나갈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 현재 한국 상황에 비쳐볼 때 주목할 만한 사안은 신문·방송 겸영 이슈이다. 메디아 어쎄스 프로젝트의 슈워츠만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제나코프스키가 미디어 소유 정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했던 재벌의 미디어 소유 자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디어 소유규제의 철폐가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다양성을 해친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디어 교차 소유가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명목으로 논조와 내용의 동일성을 가져와 미디어 획일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문사가 소유한 지역 방송국이 신문의 콘텐트를 간단하게 요약해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소비자에겐 아무런 수혜도 주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뜯어고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전망이라는 것이다. 슈워츠만 회장은 “제나코프스키가 마이너리티 소유권을 포함해 방송과 케이블의 소유방식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지난 2007년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1기업이 1시(市)에서 방송과 신문, 라디오스테이션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룰을 완화하는 방안을 투표에 부쳤고, 당시 이를 위해 6회의 공청회를 개최하였으나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국회에서 거부당했다. 하지만 한국의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부분에 대해선 우려가 없는 듯 보인다. 신문과 방송의 교체 소유가 자칫 논조나 내용의 동일화를 가져와 여론의 획일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방송 지분을 소유한 신문사가 자사의 신문 콘텐츠를 방송에 요약 방송할 경우 해당 신문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신문사는 이런 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적 언론에 의한 여론 독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신문·방송 겸영까지 채택된다면 한국의 여론 확산구조는 경직적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실패한 미국의 모델을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발족될 미디어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가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외에도 제나코프스키에게 주어진 과제는 많다. 그 하나가 네트워크의 중립성이며 다른 하나는 인터넷 회선을 미국 전역에 보급하는 문제이다. 마치 한국의 김대중 행정부 시절 인터넷 보급 확산 정책을 보는 듯 하다. 네트워크 중립성의 경우 AT&T와 같은 브로드밴드 서비스 사업자와 구글과 같은 ISP 사업자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라고 한다. 자칫 넷 중립성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인터넷이 고속의 프리미엄 컨텐츠 시장과 저속의 일반 컨텐츠 시장으로 나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제나코프스키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볼 수 있겠다. 네트워크 중립성에 대해서는 다른 신문 기사를 참조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쓰지 않고 여기서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