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관의 한계를 극복하자

한국사학계를 이루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은 다름아닌 민족사학이다. 이 민족사학은 대일본제국이 한반도를 병합하여 지배하던 시기,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자연스럽게 대두되었다.
박은식과 신채호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하였던 것은역사의 법칙을 발견해내려는 일반적인 역사연구의 목적보다는 민족의식의 고취를 통해 독립을 달성하려는 목표의 한 방편이었으며 이것을 그들도 숨기지 않았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정의하기를 아와 비아의 끊없는 싸움이라 하였다.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간의 투쟁을 신채호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고 본것이다.
신채호의 논리는 상당한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그는 열혈 독립운동가답게 일본제국주의의 한국침략을 맹렬히 성토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아와 비아의 끊없는 싸움으로 역사를 바라본 그의 관점은 역설적으로 일본의 한국침략을 정당화한다.
역사란 그런 것이니까. 피지배민족이 지배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역사의 필연이라면 강한 민족이 약한 민족을 정복하여 지배하는 것 역시 필연적인 것이니까.

신채호가 특히 고구려에 주목했던 것은 무엇인가? 아와 비아의 투쟁이란 역사적 관점에서 고구려는 그 투쟁의 승자였기때문이다.
고구려가 일으킨 수많은 정복전쟁의 결과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죽어가야 했으며 고통받아야 했을지에 대해서는 일절 주목하지 않는다.
제국주의 시대동안 자행된 대량 살육, 약탈과 착취에 대해서 근본적인 회의를 그는 던지지 않는다.
그는 역사의 진행법칙을 발견하여 이런 비야만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원인을 짚어내려 한 것이 아니라 그런 역사의 진행을 당연한 수순으로 인정하고 단지 그 안에서 승자가 되는가 패자가 되는가에만 집착했다.

이것이 민족사학의 명백한 단점이며 아직도 한국사학계, 그리고 민족사학에 경도된 국수적 한국인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서 극렬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한국이 베트남에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선 침묵하는 모순들,이 모두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지 않는 지엽적인 한국의 역사관에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

일본은 분명 한국에 죄를 지었다.명분이 어떻든 다른 한나라를 병합하고 지배한 것은 잘못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비판을 하더라도 일본의 한국지배를 부른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추악한 제국주의에 먼저 돌을 던져야 한다. 일본을 미워하기 전에 바로 세계를 광풍처럼 지나갔던 제국주의 악마성을 미워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미제국주의의 용병으로 참가했던 베트남전쟁에서 한국이 저질렀던 범죄행위에 대해 반성하게 될것이고 진정 베트남인들에게 고개숙여 사죄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그럴때 진정 한국은 일본의 과거사청산을 요구할 명분을 가질수 있을 것이고 많은 양심있는 일본인들의 지지와 협력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