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나라 대통령을 이렇게 만들었나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오후 민주평통자문회의 제 50차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격정적인 언어를 토해냈다. 동영상으로 보니 노 대통령이 작정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 듯이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시원하게 말 잘했다고도 하고, 이런 노 대통령의 모습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사이코’같다느니, ‘정신병자’같다느니 하는 소리까지 나온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참 착잡함을 느낀다. 슬프기까지 하다. 왜 대통령이 이렇게 까지 자신의 감정을 토로할 지경에까지 왔단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밉든 곱든 우리나라 대통령이다. 그 우리 대통령이 “좀 맡겨봐라, 부탁합니다”라며 정말 죽는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부의 수장이다. 그런데 그 대통령이 작심을 하고 여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격한 감정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흡사 권력에 탄압 받는 야당이 길거리에서 성명을 발표하듯이 말이다. 도대체 누가 우리나라 대통령을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나?

물론 대통령 그 자신이 바로 오늘의 그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을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란 자리가 누구 탓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명실상부한 최고권력자가 아닌가?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무조건 모든 것을 대통령 탓만 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파블로프의 개’가 된 친미·보수신문들

물론 노무현 대통령도 비판받을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반대 세력이나 를 필두로 한 친미신문들은 과연 이제까지 정녕 ‘비판’을 해왔다고 할 수 있는가? 당장 이번 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한나라당이나 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종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들의 반응은 지극히 조건반사적이다. 언론의 비판을 빙자한 신경질이고 면박이었다.

노무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비난하고 본다. 이제껏 노 대통령의 말이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한나라당이야 정치적 대립세력이니 그렇다고 치자. 친미보수신문들은 그들의 사명이 흡사 ‘반노무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신문들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똑같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은 22일 하루종일 노 대통령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연설하는 사진을 1면 머리에 올려놓고 10여 개의 비난기사로 도배를 하는 데 모자라, 비슷한 내용을 사설과 칼럼으로 만들어 노무현 때리기에 대목을 만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신이 났다.

명색이 사회적 공기라는 그들의 태도에서 증오와 혐오가 뚝뚝 묻어난다. 강천석 주필은 “대통령의 남은 임기 428일 동안 이 나라를 그런 ‘대통령의 제정신’에 맡겨둘 수가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래서 어쩌자고? 이게 언론인가? 반군의 기관지인가?

다들 비난말고 각자 스스로 반성 좀 하자.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이 실패했다면 참여정부에 국무총리로 참여한 고건 전 총리도 실패자이며, 한나라당도 국정의 한 축으로 실패자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정책이나 실정에 대한 정당한 비판보다는 ‘반노장사’에 열을 올렸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니 다들 행복한가? 나라꼴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노무현만 잘못했다고 두들겨 패면 도대체 나라에 무슨 이익이 있는가?

노 대통령도 물론 반성해야 한다. 20일 연설에서는 자리의 성격에 맞는 외교·안보분야에서 나름대로 할 말 다했지만, 정작 부동산 정책 실패라든가, 빈부격차의 확대에 따른 서민 경제의 어려움, 한미FTA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서는 왜 진솔한 반성의 자세가 없는가? 그런 점에서도 솔직하고 시원스러운 면을 보고 싶다.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은 고향친구들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고향친구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했지만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은 그 사람들이 아니다. 친구는 친구라서 밀어준 것이다. 아무런 관계나 인연 없이 인간 노무현을 믿고 밀어준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완전히 ‘바보’가 돼서 조롱받고 있다. 이제는 노무현을 변명해줄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로 나아가는 데 지금껏 모든 것을 걸지 않았단 말인가?

노 대통령은 속이 후련할 것이다. 이번 연설이 모처럼 속에 뭉치고 있던 감정을 시원하게 털어놓는 기회였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또 금새 이어 나오는 한나라당이나 친미·보수신문들의 도발적인 반응에 감정이 바로 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사람들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는 것만이 노 대통령이 뒤늦게라도 가야 할 길이다.

연정이니, 임기 운운 하는 것들 다 떨쳐버리고 그 후련한 마음으로 남은 임기동안 열심히 해 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대한민국도 성공할 수 있다. /고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