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외국인 폭력조직 드디어 수면위로 부상 *

중앙일보 이철재.최승식]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의 한 주택가. 경찰 수사관 세 명이 한 집을 급습했다. 안산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계 폭력조직 ‘하노이파’의 행동대장 H가 이 집에 숨어 있다는 첩보에 따른 것이다. 수사관들은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의 협조를 받아 3주째 그의 소재를 추적 중이었다. H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을 상대로 마약을 팔고, 조직에서 사채를 빌려 쓴 채무자를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H가 집을 비워 체포에 실패했다.베트남 하노이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하노이파는 서울·인천·대구·안산 등 베트남인이 많이 사는 곳에 근거지를 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하노이파의 대구 총책 B는 120억원대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환치기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하노이파의 경우 주요 거점 지역마다 총책(두목)을 두고 느슨한 ‘연합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국 조직으로 뭉칠 경우 미국의 ‘마피아’와 같이 사회적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1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의 조직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에 나이지리아·파키스탄·중국·태국·베트남·방글라데시 출신의 범죄조직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불법 도박장·마약·환치기·성매매·불법입국 등 불법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특히 불법 도박장은 전국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외국인 조직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은 수백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베트남 하이세우파의 경우 올 2~5월 경남 김해시의 한적한 시골 농가를 빌려 불법 도박장을 열었다. 선이자 10%를 떼고 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면 폭행했다. 피해자들에게 본국의 가족들을 해치겠다는 위협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태국 폭력조직은 경기도 화성에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로 위장한 불법 도박장을 차렸다가 지난해 11월 단속됐다.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도박 빚에 쫓겨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일부 외국인 범죄조직은 범행 대상을 내국인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조직이 인천에서 호프집을 차린 뒤 한국인에게 베트남 여자 종업원과 성매매를 알선하고 신종 마약인 ‘툭락’(엑스터시의 일종)을 팔다가 올 3월 검거됐다. 파키스탄 범죄단은 훔치거나 리스를 하는 수법으로 1000억원대에 이르는 건설 중장비 339대를 해외로 밀반출했다.자국의 폭력조직과의 연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지린(吉林)성파 고문인 C씨가 입국해 국내 폭력배들과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당국은 국내의 중국계 거주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헤이룽장(黑龍江)성파의 활동이 최근 두목 이모씨의 구속으로 주춤해지자 지린성파가 본국 조직과 합세하려 한다는 첩보를 포착했다.◆외국인들 인권 위해 단속 필요=전문가들은 모든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영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교정보호연구센터장은 “외국인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가 내국인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조직범죄에 대해선 초기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남대 이창무(경찰행정학) 교수는 “외국인 혐오증으로 이어져선 안 되겠지만 동정적 마음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외국인 조직범죄 단속은 외국인의 인권을 신장하는 일”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