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와 런던의 칼 마르크스 동상

런던 하이게이트 공원묘지에 가면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칼 마르크스의 무덤과 이를 기리는 흉상이 있다. 다른나라도 아닌 자유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는 나라의 수도 한복판 그것도 공원묘지에 공산주의 창시자의 무덤과 이를 기리는 흉상이 버젖이 있는 것이다.

런던 하이게이트 공원묘지에 있는 이 칼 마르크스의 무덤과 흉상에는 일년내내 세계 만방 공산주의자들이 보내 온 생화의 향기가 마를 날이 없다. 자본주의의 필연적 붕괴를 주장하며 만국 노동자의 단결을 호소했던 칼 마르크스의 동상은 지금도 위대한 사상가로서 추앙받고 있고 미약하나마 여전히 프롤레타리아 계급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의 우상으로 건재한 모양이다.

만약에 이 마르크스의 동상이 한국에 있었더라면 한국의 수구들은 과연 무슨 말을 해댔을까?

“6.25는 북한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처벌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수구단체 등에서는 자유민주체제 운운, 강 교수 주장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사법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구속수사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감 최종 대책회의에서 지난해에 국보법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정면 거부하고 뒤흔드는 발언에 속수무책일 것이라면서 강교수를 사법처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장에서 경찰청장이 국가보안법으로 고발당한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수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강 교수의 제자들에게 취업상의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사회적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7년 전 방북한 어느 보수신문의 사주가 김일성 주석의 보천보전투 신문기사를 새긴 순금판형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었을 때는 아무얘기 없던 검,경 당국은 이미 생명력과 현실정합성을 상실한 국가보안법,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다는 찬양고무죄로 학자의 논문을 얽어매더니‘찬양고무’ 운운하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전교협 토론회에서 발표된 강 교수 논문만 읽어봐도, 이번 논란이 무지와 ‘딱지 붙이기’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통일전쟁은 강 교수가 2000년부터 주장한 것으로, 북한의 공식 규정인 ‘민족 해방전쟁’과는 다르다. 주장의 핵심은,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의도로 보면 통일전쟁이고, 국제법으로는 침략전쟁이 아니라 내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1950년의 유엔총회 결의사항 376호, 안보리결의안 82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남한의 공식 규정인 침략전쟁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통일전쟁일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를 친북 발언으로 매도하는 것은 매카시적 광기의 잔재다.

강 교수의 주장은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는 내용으로 ‘6.25 전쟁을 북한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 남침을 시도한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남한만이 통일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다.
이외에도 ‘주한미군 철수’ 등 강 교수의 여러 주장에 대해 견해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문제의 논문을 전교협 토론회라는 ‘학문의 장’에서 발표했다. ‘통일전쟁’ 대목도 남한의 공식규정인 ‘침략전쟁’은 물론 북한측의 ‘민족해방전쟁’과도 다르다. 이미 관련학계에선 구문이 돼 버린, 학자로서는 발언할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이를 거두절미하고 ‘친북용공’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카시즘일 뿐이다.‘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 군사동맹 철폐’ 주장도 맥락이 다르다. 미국과 중국 사이 ‘제2의 청-일 전쟁’을 막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장기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지, 당장 물러가라는 게 아니다. 아울러 그는 “한-미 우호친선을 다른 국가와 동등한 관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골수 빨갱이의 흉상까지 만들어놓는데 빨갱이를 찬양하는것도 아닌 얼마든지 가능한 한 대학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해 자유민주체제 운운하며 구속수사나 사법처리를 들먹이는 이 나라의 수구들의 말대로라면 자기네 나라 수도 한복판에 공산주의 창시자의 흉상까지 만들어놓은 영국이란 나라는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체제를 포기했어도 이미 옛날에 포기한 나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