顯義님에게…

북한이 어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님의 반론에는 수긍하기 어렵군요.

제가 주장했던 바는 딱 두가지입니다.

1. 다른 나라 머리 위로 로켓이라고 주장하는 물건을 쏘면서 해당 국가에 최소한의 고지 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점.

2. 타국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게 껄끄럽다면, 스스로 주장하는 바처럼 여타 국가들 보다 월등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민주적인 국가라면 개방해서 보여주면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없다는 점.

1의 고지 문제는 중요합니다.

소위 광명성 1호는 타국의 영공으로 추진체를 쏘아붙였음에도,

해당 국가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통보가 없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광명성 1호가 실험용 과학위성이었다면, 사전에 이를 통보했으면 그만입니다.

해당 위성의 송출 주파수라도 고지하여서 부득이한 오해의 소지를 없앴으면,

적어도 탄도 미사일 실험이라는 미국과 일본의 주장에 충분히 대항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발사 후에서야 해당 위성의 발신 주파수라는 것을 공표하였고,

아무도 그 주파수에서 위성 발신을 수신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광명성 1호라고 하는 것을 쏘아붙인 대포동 1호는 2단 로켓으로,

사실상 위성 궤도에 비행체를 올려놓을만한 추진력이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저간의 사정이 이러한데, 98년의 대포동 1호의 발사가 위성 발사였다고 믿어줄 이유는 없는 것이죠.

북한내 인권 문제는 북한이 스스로 개방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증명되는 문제이므로,

논의의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스스로 말하는 만큼 잘하고 있으면, 하다못해 중국에 대해서라도 문호를 개방하면 그만입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지는 오래된 일입니다.

74 남북공동성명이야 미중 수교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측면이 강하므로 차치한다 치더라도,

이미 UN 공동가입을 통해 명시적으로 상호간에 국가로 인정한 바가 있지요.

하지만 과연 북한이 우리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6자회담을 무시하고, 북미협정에 주력하는 저네들의 모습이죠.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가장 현실적인 위협은 미국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한국과의 긴장 완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평화 정착이 중요할 수 밖에 없죠.

마지못해 6자회담의 판에 끌려나오면서도 항상 북미 양자회담을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북한이 처한 현실과 북한의 속내를 충분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이해는 할 수 있죠.

한국은 그렇다면 뭐가 되는 것이죠?

우리가 6자 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한반도에 같이 거주하고 있는 파트너로써

주변 열강들을 모두 아우르며 민족의 장래를 논의하기 위함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북한이 한국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자리 끼어보려고 억지로 만들어낸 판입니다.

물론 북한은 한국 따위야 미국의 부록이므로 신경도 쓰지않고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죠.

한국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한국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6.15 선언 이후에 민족공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뭐가 있었죠?

NLL은 여전히 시끄러운 상황이고, 인도적 교류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쪽은 장기수 송환하는데, 북측에서는 하다못해 국군포로 문제라도 신경쓴 적이 있습니까?

북한이 한국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최소한 상호주의 원칙은 지켜줘야 하는 것이 국가간의 예의입니다.

받아먹는게 있으면 뱉는 것도 있어야 할 게 아닙니까.

그리고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은 정말 공감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어차피 6자회담 틀을 거부하고, 북미 양자회담을 주장하는 것이 북한의 입장입니다.

한국은 전혀 협상의 대상으로 파악되지 못하는 상황이죠.

아무리 북측에 원조를 해봐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분단 현실의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북한의 입장인데,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원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결국 휴전선 이북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북한 주민의 인권이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에 원조를 하고 있는 이상,

적어도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우리의 권리입니다.

그것이 왜 문제가 된다고 보십니까?

북한 정권이 이를 착복하지 않는 이상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주는 쪽이 받는 쪽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죠.

북한은 북미협정을 목표로 움직이면서 한국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대등한 국가로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상호주의 원칙조자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반통일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자국민의 인권 조차 떳떳이 드러내지 못하는 정권을 상대로 원조를 한들,

그런 부도덕한 정권의 생명선만 연장해 줄 뿐이니 이것이야 말로 반통일이죠.